"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후반기 OPS 1.287' 정훈은 이제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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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보여주고 싶었다. 제한된 기회이지만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36)은 올 시즌 초반이 악몽이었다. 시범경기에서 22타수 1안타, 타율 4푼5리로 침묵했다. 1루수로 자리를 옮긴 고승민에게 먼저 주전 기회를 내줬고 개막하고 난 뒤에도 대타로 한정적인 기회를 받으며 13타수 1안타, 타율 7푼7리에 그쳤다.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으면서 재조정의 시간들을 가졌다. 약 한 달 가량 전열을 이탈했고 6월 시작과 함께 1군에 올라왔다. 올라온 뒤에는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특급 조커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콜업 이후 12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29타수 8안타) 5타점 2볼넷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 기간 대타로 5타수 4안타, 그리고 승부처인 7회 이후 2점차 이내의 상황에서도 7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런데 또 부상이 찾아왔다. 15일 한화전에서 한 차례 옆구리 통증을 느끼더니 16일 SSG전에서 결국 옆구리 근육이 파열됐다. 다시 한 번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정훈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내복사근 파열 부상으로 결장했고 지난해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다. 부상들은 대부분 5~7월 사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결국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정훈의 기세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정훈은 다시 한 번 좌절했다. 그는 "계속 옆구리 때문에 한 번씩 빠지게 된다. 스윙이 달라져서 그런지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장타를 의식하다 보니까 120% 정도로 스윙을 하면서 욕심을 내다 보니까 스윙을 세게 돌리는 것 같다. 어릴 때보다 연습량이 많아져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라면서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치려고 하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다치는 건 모두 제 탓이다"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부상과 부진. 안 풀리는 정훈의 시즌들이다. 그는 "최근에 부상들이 나오면서 정말 힘들었다. 잘하든 못하든 1군에 있는 게 좋다. 어떻게든 노력해서 1군에 붙어 있으려고 하고 경기에서 안타 치려고 하는 것 자체를 못하니까 아쉬웠다. 팀이 안 좋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웠다"라고 되돌아봤다.
왜 풀리지 않았을까. 그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너무 욕심을 냈다. 겨울에 시즌 준비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그런데 그 욕심들이 안 좋게 작용했고 팀에도 도움이 안됐다. 야구를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다. 이제 역할에 맞게 몸도 준비를 할 줄 알아야 되는 것을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뒤늦게라도 보여주려고 하고 실제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특급 조커로 돌아왔고 후반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28~30일 광주 KIA 3연전에 맞춰서 복귀해서 상대 좌완 선발 투수들을 상대로 10타수 6안타(1홈런) 2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시리즈 스윕패를 당했지만 정훈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페이스가 꺾이지 않고 있다. 후반기 현재 13경기 타율 3할8푼2리(34타수 13안타) 4홈런 11타점 6볼넷 5삼진 OPS 1.287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7회초 2사 만루 KIA 타이거즈 박찬호의 1루 땅볼을 잡아 몸을 날려 1루 베이스를 터치해 아웃시키고 있다. 2023.08.11 / foto0307@osen.co.kr](http://file.osen.co.kr/article/2023/08/12/202308121253770894_64d70457914d5.jpg)
지난 5일 SSG전에서는 2015년 이후 약 8년 만에 멀티홈런 경기를 만들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지난 11일 사직 KIA전에서 승리의 주역이었다.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토마스 파노니를 상대로 좌월 솔로아치를 그렸고 이후 볼넷으로 2번을 출루해서 모두 홈을 밟으며 득점에 기여했다. 수비에서도 7회 1사 만루의 상황에서 박찬호의 1-2루간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서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찍는 호수비를 펼쳤다. 팀의 7-1 대승에 밑거름을 놓았다. 경기 후 래리 서튼 감독은 "특히 정훈은 공수 모든 플레이에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라고 칭찬했다.
가을야구 희망을 여전히 붙잡고 있는 롯데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가을야구 확률이 남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때 포스트시즌 확률이 100%가 되어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의지를 다지는 정훈이다.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이제서야 표출하고 있고 롯데도 다시금 활기를 찾으면서 기세를 충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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