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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리포트] 베테랑 한파, 예비 FA 박용택·박경수의 진심 201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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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투산(미 애리조나주), 최익래 기자] 유달리 추웠던 올 겨울. 동료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박용택(39·LG)과 박경수(34·kt)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LG에서 데뷔했다는 것과 이미 한 번 이상 프리에이전트(FA)를 신청했다는 것. 그리고 올 시즌 또 한 번의 FA를 앞두고 있으며, 주장 완장을 찼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이들 소속팀은 지난 겨울 선수단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LG는 정성훈을 방출했고, 손주인과 이병규를 2차 드래프트에서 내보냈다. kt 역시 이대형과 진통 끝에 2년 4억 원에 FA 계약했다.

이번 겨울은 유독 베테랑들에게 추웠다. '거품'이 잔뜩 끼었던 FA 시장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비 FA 선수에게도 화살은 돌아갔다. 나란히 예비 FA 시즌을 앞둔 박용택과 박경수로서는 생각 많은 겨울이었다.

2002년 LG에서 데뷔한 박용택은 2010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를 신청했다. 줄곧 LG 잔류 의사를 드러냈고, 3+1년 총액 34억 원에 계약했다. 옵션이 가득했지만 그의 LG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박용택은 벌크업으로 대박을 쳤고, 2014시즌 뒤 다시 FA를 신청했다. 첫 FA보다 훌쩍 뛴 4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했다. 프랜차이즈 길만 걷는 셈이다.

박용택은 두 번째 FA 후에도 펄펄 날고 있다. 그는 양준혁과 장성호에 이어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세 번째 타자가 됐다. 아울러, KBO리그 최초로 6년 연속 150안타의 기염까지 토했다. 농담처럼 여겨지던 3,000안타도 가시권이라는 전망이다.

박용택은 올 시즌 후 또 한 번의 FA를 앞두고 있다. 그로서는 지난 겨울 FA 한파를 두고 느낀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뭐가 맞고 틀린지는 결과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숫자만을 가지고 야구단이 운영되는 건 아니다. 베테랑은 기록 외적인 부분에서 팀에 해줄 역할이 있다. 어쩌면 베테랑이 받는 몸값의 절반 이상은 그런 부분일 수도 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었다. 나 역시 베테랑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LG에서 줄곧 미완의 대기였던 그는 kt 이적 후 야구 인생 새 전기를 마련했다. 박경수는 2014시즌 후 FA 자격을 얻고 4년 총액 18억2000만원을 받으며 kt로 이적했다. 이는 박경수와 kt 모두에게 신의 한 수였다.

박경수는 최근 3년간 2루수 중 가장 많은 홈런(57홈런)을 때려냈다. 아울러, 2015년부터 2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넘어섰고 지난해 포함 3년 연속 15홈런 이상을 마크했다. 두 기록 모두 토종 2루수 최초다.

박경수가 느낀 한파는 어떨까. 박용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15년차 이상 베테랑들이 유독 추운 겨울을 보냈다. 그들이 지금까지 프로야구 선수로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000경기 이상 나간 경험은 절대 무시 못한다. 다만, 눈에 안 보일 뿐이다. 어떤 취지에서 그렇게 된 건진 모르겠다. 선수마다 각기 다른 사정이 있겠지만, 선수로서는 안타깝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베테랑의 경험이다. 기량적인 면에서 젊은 후배가 더 낫다면 그를 기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꾸준히 시즌을 치렀던 경험은 1~2년 안에 습득할 노하우가 아니다. 물론 이 가치는 어떤 스탯으로도 환산될 수 없다. 박용택과 박경수가 말한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베테랑에게 인색하지 않았던 수도권 팀 단장 A 역시 "선수들이 단순히 그라운드 위에 나가 야구하고 끝이 아니다. 6개월 넘게 한솥밥을 먹으면서 흔들릴 때도 있게 마련이다. 이걸 잡아주는 게 베테랑의 역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박용택과 박경수는 원 소속팀 잔류만을 생각 중이다. 박용택은 "떠날 거였으면 진작 떠났다. FA 몸값 인상을 위해 블러핑 할 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캡틴'을 맡고 있는 박경수 역시 "지금 내가 큰 금액을 받을 수는 없다. 처음 kt 왔을 때부터 '나는 수원에서 은퇴한다'고 다짐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둘 모두 상징성이 있기에 LG나 kt에서도 망설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의 처우를 넘어 한 명의 베테랑으로서 동료들을 생각한 것이다.

한파가 몰아친 베테랑 시장. 생각 많은 겨울을 보낸 박용택과 박경수는 어떤 결과를 손에 쥘지 주목된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