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을 일으킨 박찬호의 한 마디 "공던질 수 있다는 게 행복"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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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찬익 기자] 송승준(롯데)에게 올 시즌은 악몽과 같았다.
11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를 떠안았다. 평균 자책점은 4.40. 2007년 롯데 입단 후 가장 초라한 성적이다. 롯데는 송승준을 1+1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2경기 만에 틀어졌다. 4월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뒷자취를 감췄다.
퓨처스 팀에서 계투 요원으로 변신하며 쾌투를 뽐냈으나 1군 승격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8월 27일 1군에 복귀한 뒤 9⅔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베테랑의 힘을 증명했다.
송승준은 "한국에 와서 이런 적이 처음이다 보니 많이 힘든 건 사실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고민이 생기면 (박)찬호형에게 많이 물어본다. 내게 '1군이든 2군이든 공던질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뭔가 큰 울림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송승준은 "찬호형 덕분에 다시 시작해보자는 용기를 얻게 됐다. 성적은 아쉽지만 많은 걸 배운 한 해였다. 줄곧 선발로만 뛰었는데 계투 등판도 해봤다. 훗날 지도자 생활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준은 내년에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뛴다.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다. 그는 "구단 측에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송승준은 "개인 성적은 의미없다. 팀이 발전하기 위해 후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팀 성적 향상과 후배들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전했다.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송승준은 당시 맏형이었던 최향남을 보며 한없이 높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덧 내가 맏형이 됐는데 외로운 위치라는 걸 많이 느낀다. 말과 행동 모두 조심스럽고 혼자 묵묵히 안고 가야 하는 위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배영수(두산)처럼 박수받으며 떠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말 부럽다.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정말 부럽다. 은퇴를 앞둔 모든 선수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송승준이 꿈꾸는 다음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내게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한국시리즈에 꼭 한 번 진출하고 은퇴했으면 좋겠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목표는 항상 크게 잡아야 한다. 후배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표현처럼 포텐이 터지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송승준은 "30대 선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박수칠때 떠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