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의 탄생' 이승엽 위원이 돌아본 지바의 추억 [프리미어12]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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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바(일본), 조형래 기자] ‘국민타자’ ,’라이언킹.’ 이승엽 SBS해설위원이 2003년까지 한국 무대에 있을 때 불렸던 별명이다. 하지만 2004년, ‘국민타자’이자 사자군단의 ‘라이언킹’이었던 이승엽 위원은 일본 무대로 떠난다.
일본에서 그는 또 다른 별명이자 ‘애칭’으로 불리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그의 애칭으로 불리우고 있다. 바로 ‘승짱’이다. ’승짱’은 지난 2004년 이승엽 위원이 지바 롯데 마린스로 진출하고 난 뒤 팀 동료들로부터 얻은 애칭이다.
이승엽 위원은 지난 10일 ‘2019 WBSC 프리미어 12’ 한국 대표팀의 공식 훈련이 열리는 지바 ZOZO마린 스타디움을 찾았다. 지난 2011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일본 무대를 마무리 한 뒤 8년 만에 찾은 지바이기도 하다. 이 위원이 지바에서 활약한 2004~2005년 이후로는 약 14년 만에 돌아온 지바의 그라운드이기도 하다.
이승엽 위원은 지바에서 단 2년 간 머물렀지만 이 기간 동안 구단 역사에 족적을 남겼고, 자신의 커리어에서도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이기도 하다.
2004년 타율 2할4푼 홈런 14개에 그치며 한국 최고의 타자로서 체면을 구겼다. 2003년 KBO리그에서 당시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인 56홈런을 치고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1,2군을 오가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 위원은 “처음으로 2군 생활을 했던 시기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2005년 이 위원은 플래툰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도 30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활약했고 일본시리즈에서 3홈런을 쏘아올리며 팀의 31년 만의 일본시리즈 우승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승짱’의 이름이 지바 전역에 외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위원은 지바를 마음 편히 찾지 못했다. 상대 팀으로서만 찾았고 일본 무대를 떠나고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뒤에야 찾을 수 있게 됐다. 그 사이 이 위원이 뛰었던 홈 구장은 QVC마린필드에서 ZOZO마린 스타디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ZOZO마린 스타디움에는 이승엽 위원의 핸드프린팅이 구장 외곽 한 켠에 전시가 되어 있다.
이승엽 위원도 처음으로 확인한 핸드프린팅이었다. “내가 떠나고 난 뒤 핸드프린팅이 생겨서 오늘 처음으로 봤다”며 추억에 잠겼다. 이승엽 위원도 기사로만 전해 들었던 핸드프린팅이었는데 이날 직접 자신의 핸드프린팅을 살펴본 것. 그는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당연할 수 박에 없는 추억이다. 이승엽 위원이 ‘승짱’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절치부심해서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지바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는 “핸드프린팅을 보니 기분이 좋다. 나 뿐만 아니라 당시에 함께 활약했던 동료들의 핸드프린팅을 보니 더 좋은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팀도 31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지바는 이승엽 위원에게 추억이 깃든 장소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바에서 활약했던 시기가 이승엽 위원의 선수생활 전환점이기도 했다. 그는 “좋았던 기억도 있고 안 좋았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좋은 일도 많았고 안 좋은 일도 많았다. 고민도 많았던 시기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2군을 갔다.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운을 뗀 그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성공 혹은 실패라고 나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때의 시기나 내게는 약이 됐고, 이후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일본 무대에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 시간이 약이 됐다”며 지바에서 처음으로 겪었던 고난의 시기가 결국 일본 무대 롱런의 비결이었고, 향후 선수 생활에도 큰 자양분이 됐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추억이 깃든 이 곳에서, 이제 이승 엽 위원은 후배들의 성공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의 모습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일단 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바람이 매 번 달라지기 때문에 투수와 야수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전광판에 바람의 풍향과 풍속이 실시간으로 표시가 된다. 이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모두 참관하면서 몇몇 선수들은 이승엽 위원의 직접적인 조언을 들으며 구장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권의 직접적인 경쟁팀인 대만과의 일전이 12일에 펼쳐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고, 자신이 경험했던 구장 특성을 조언하져 지바에서의 추억들을 되살렸다.
이 위원에게 지바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장소였다. 이제는 후배들의 앞길을 훤히 밝혀줄 등불이 되어 지바라는 도시와 야구장을 간직하려고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