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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롯데-안치홍 옵트아웃, ‘상호 니즈’의 충족 지대 [오!쎈 이슈]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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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조형래 기자] 모두 계획을 갖고 있었다. 차근차근 움직였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KBO리그 계약 역사상 어디에도 없었던 계약 내용으로 KBO리그 오프시즌 판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롯데는 6일 FA 안치홍과 2+2년 최대 56억원에 계약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안치홍의 롯데행 자체가 파격이지만, 안치홍과 롯데가 합의한 계약 세부 내용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안치홍과 롯데는 2년 간 한 배를 탄다. 계약금 14억2000만원, 연봉총액 5억8000만원, 옵션 총액 6억원으로 최대 26억원을 수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계약은 추가적으로 상호 동의하에 계약이 연장되는 뮤추얼 옵션이 걸려있다. 구단과 선수 모두 동의를 해야 한다. 2022년부터 2년 간 최대 31억원의 계약이 발동이 될 경우, 계약 총액은 최대 4년 56억원으로 껑충 뛴다. 아울러 구단이 2년 뒤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바이아웃 1억원을 지급하며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던 계약 조항이 KBO리그에도 등장하게 된 것.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잔뼈가 굵었던 성민규 단장이 부임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던 계약 조항이 탄생했다. 기존 계약으로는 에이징커브에 직면할 수 있는 시기까지 계약을 맺어야 했던 구단의 리스크를 줄이고, 선수 입장에서는 2년 뒤 자신의 가치를 한 번 더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구단은 위험부담이 없고, 선수로서도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는 계약 조항이다. 

성민규 단장은 계약 세부 조건에 대해서 “안치홍도 도전을 하고 싶었고, 본인의 진정한 가치를 2년 동안 증명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구단 역시 선수의 전성기는 30~31세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계약 3,4년 째의 부담을 더는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서로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선수의 전성기로 판단할 수 있는 만 30~31세 시즌에 안치홍을 비교적 염가에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험부담이 있는 시즌에는 바이아웃으로 선수를 풀어줄 수 있다. 안치홍으로서도 전성기 때 가치를 재평가 받은 뒤 도전 혹은 롯데에서 선수 생활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롯데의 사정도 당연히 고려가 된 영입니다. 2루 자원에 대한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다. 내야 뎁스 자체가 허약했다. 보강 방법이 뚜렷하진 않았다. FA 시장에서 통큰 투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과거와 같은 오버페이 기조는 지양했던 롯데였기에 쉽사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처음부터 큰 금액을 부를 수는 없었다”는 롯데 구단 관계자의 말에서 안치홍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가치 평가에 대한 부분은 냉정해야 했다. 

하지만 롯데는 가치를 적절하게 판단해야 하는 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선수도 동의할 수 있는 상호 옵션이라는 묘수를 생각해내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2루 수비 불안이 지난 시즌 대두됐지만 체중 감량과 부상 회복 등으로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2루수로 명예회복이 필요한 안치홍, 그리고 2루수 자원 충족이 필요했던 롯데의 상호 니즈가 충족되면서 상호 옵션이라는 계약이 탄생했다.

롯데는 안치홍급의 선수를 이 정도 계약 조건으로 붙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롯데는 안치홍을 2루수로 활용하면서 기존 주전 2루수로 예상됐던 신본기를 내야 멀티 백업 자원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 내야진 가용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좀 더 탄탄한 내야진을 구축한 채 2020년 시즌을 돌입하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