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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듯한 ‘34억’-많은 듯한 ‘4년’, 전준우 계약에 공존하는 시선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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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원, 민경훈 기자]2회초 2사 주자 2루 롯데 문규현의 좌익수 오른쪽 1타점 적시타때 전준우가 홈으로 몸을 날려 세이프 된 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rumi@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롯데와 FA 전준우는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계약 조건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하다.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FA 자격을 얻은 전준우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4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세부 계약 조건은 4년 보장에 계약금 14억원, 연봉 총액 20억원, 옵션 2억원이다. 

해를 넘겨도 평행선을 달렸던 롯데와 전준우의 협상이다. 전준우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이 있었기 때문. 전준우는 올해 만 34세에 접어드는 베테랑이고 수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신 건국대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2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된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 내에서 대체할 수 없는 타격 생산성을 보여준 선수였다. 이러한 이유들로 가치 평가에 모순이 발생했다.

‘외야가 아닌 1루’ 적은 듯한 34억원의 이유

롯데는 전준우와 FA 계약을 진행하면서 포지션을 1루수로 고려했다. 일단 팀의 1루수 공백이 생긴 것을 감안했다. 하지만 롯데가 전준우의 외야수로서 가치를 냉정하게 판단한 결과였다. 

대학 시절 3루수로 각광을 받았지만 프로에 넘어와서는 중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데뷔 초에는 운동능력으로 부족한 경험을 커버하며 중견수로 괜찮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2018년 민병헌 합류 이후 좌익수로 전향한 전준우의 수비력은 다른 구단들이 주루플레이 시 집요하게 파고드는 약점이 됐다. 좌익수로 전향을 하면서 타격 생산력은 더욱 극대화됐고 팀 내 최고 타자로 성장했지만 반대로 수비력은 떨어진 셈이었다. 결국 롯데는 전준우를 1루로 전향시켜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력을 극대화 하는 결론을 내렸다.

좌익수와 1루수의 가치는 천양지차다. 외야수 중 좌익수의 수비 부담이 적지만 1루 포지션과 비교할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공인구 반발력의저하로 외야 수비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루수 전준우의 가치는 외야수 전준우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고, 시장의 평가보다 박한 34억 원이라는 금액이 형성됐다.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구단의 냉정한 평가였다. 

그러나 전준우는 이를 받아들였다. 전준우는 과거 에이전시를 통해서 “외야수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면서도 “변화를 주저하지는 않겠다. 다른 임무가 주어진다면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는 1루수 포지션 변경에 대한 심경도 동시에 밝힌 바 있다. 

이제 전준우는 1루수로 시즌을 준비한다. 성민규 단장은 “협상 과정에서 1루수로 전향을 하는 부분을 충분히 설득을 했다. 1루수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1루 미트도 주문했다고 하더라”면서 “외야보다는 1루수로서 타격에 집중했으면 한다. 부상이나 체력 저하를 예방하자는 생각이다. 전준우 같은 선수가 빠지는 것은 팀으로서도 손해다”고 밝혔다.

▲‘천상 리더’ 많은 듯한 4년 보장의 이유

하지만 롯데는 전준우에게 다소 적은 듯한 금액을 책정하면서도 4년 보장 계약을 맺었다. 베테랑 FA 선수들이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금액보다는 기간이었다. 좀 더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원했다. FA 제도가 현행 제도로 변경이 된 이후(FA 취득 연한 대졸 8년, 고졸 9년) 올해까지 FA 자격 승인 공시된 164명(재자격 및 올해 미계약 포함) 가운데 대졸 FA로 만 34세에 4년 보장 계약을 맺은 선수는 전준우까지 13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롯데는 만 34세에 첫 FA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에게 4년 계약을 선뜻 안겼다. 성민규 단장은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에이징 커브가 오더라도 팀을 잘 이끌어달라는 의미에서 4년 보장 계약을 했다. 팬들도 좋아하고, 동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구단 모든 구성원이 모두 전준우 선수를 좋아한다. 칭찬이 자자하다”고 4년 계약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전준우 역시 롯데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전준우는 매시즌 주장 선정 시기가 되면 언제나 물망에 올랐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신망이 두터웠다. 언젠가는 롯데의 ‘캡틴’이 되어야 할 선수였다. 롯데의 어린 선수들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선배의 이름에는 전준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만큼 전준우는 선수단을 아우르고 어린 선수들도 다독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선수다. 그렇기에 롯데는 ‘에이징커브’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으로의 가치를 더 인정하면서 전준우에게 4년을 보장했다. 

이제 기나 긴 FA 협상을 뒤로하고 롯데를 위해 다시 뛰는 전준우다. 전준우는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기다려주신 롯데팬들께 감사 드린다.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께 롯데에 남아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팬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고 롯데에서 계속 야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