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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야구장 나와 행복” 뇌종양 극복한 김상호의 미소  [부산 톡톡]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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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다시 야구장을 나오는 것이 행복하다. 최대한 즐기면서 다시 사직에 서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상호(31)의 인간승리 드라마가 집필되기 직전이다. 뇌종양을 이겨내고 다시 사직구장에 선 김상호가 제대로 손 맛을 느꼈다. 하지만 홈런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야구장에 다시 나오는 것 자체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김상호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1,2군 자체 교류전에서 2군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다.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6회초 2사 1루의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해 롯데의 선발 자원 중 하나인 서준원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서준원의 143km 패스트볼을 걷어올렸다. 이날 사직구장에서 김상호가 터뜨린 홈런포는 지난 2016년 정규리그 8월19일 사직 KIA전 이후 1319일 만이다. 

30일 교류전이 끝난 뒤 만난 김상호는 “경기가 오랜만이어서 어색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빠른공 하나만 노리고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다. 그냥 얼떨떨했고 다른 감정의 변화는 없었다”고 홈런의 순간을 되돌아봤다. 

지난 2012년 롯데에 입단한 김상호는 2016년 114경기 타율 2할9푼(366타수 106안타) 7홈런 56타점의 기록을 남기며 롯데의 1루 자원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2018년 5월, 청천병력같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잠시 그라운드와 멀어졌던 김상호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에 전념했고 병마를 극복했다.

선수단으로 복귀한 뒤에는 차근차근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의 관리 아래 컨디션을 만들었다. 항암 치료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다. 아직은 약을 복용하고 있기에 일정을 따로 잡아서 훈련에 임했다. 그는 “항암치료는 끝났지만 간에서 항암약을 잘 해독하지 못해 약을 먹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간 수치를 검사하는데 아직은 높다. 정상범위로 돌아올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피로가 쌓이는데 서튼 감독님과 퓨처스 코치님들에게 따로 일정을 관리해주셨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장기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다가 돌아오면서 야구 자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김상호는 “그냥 요즘에는 한 경기, 한 타석 나가는 것이 좋다. 다시 야구를 하고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좋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서 김상호처럼 병마를 극복하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선배들이 더러 있다. 한화 정현석 코치는 이 중 김상호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준 선배 중 한 사람이다. 정 코치도 현역 시절 위암 수술을 받은 뒤 다시 현역으로 돌아온 바 있다. 

김상호는 “다른 선배들에 비해서 저는 이름값도 없고 보여준 것이 많이 없다. 부위는 다르지만 어쨌든 병마를 극복하고 돌아오신 선배들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해 합류했을 때 정현석 코치님께서 따로 불러서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코치님께서 ‘나도 다시 합류 했을 때 야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야구장 나오는 것이 행복하지 않냐. 즐기면서 야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해주셔서 저도 공감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은 한 타석 한 타석 매달렸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동안 너무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즐기고 내려놓고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보니 오늘처럼 홈런도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직은 훈련 일정 관리가 필요한만큼 조급하지 않게 시즌을 준비하려고 한다. “시즌이 연기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것 같다”는 김상호는 “다시 사직에서 뛸 수 있도록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스스로 많이 내려놓으려고 한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괜찮다고 느껴질 때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강조하며 다시 건강하게 사직에서 뛸 수 있는 날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jh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