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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럼버스' 채태인, "2루 안 밟은 게 평생 후회된다" [오!쎈 인터뷰②]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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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OSEN=손찬익 기자] 2011년 5월 3일 사직 삼성-롯데전. 채태인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하루다. 

채태인은 2회 무사 1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쳤고 선행 주자 라이언 가코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며 1루 주자로 나갔다. 채태인은 신명철의 우중간 펜스 향하는 타구에 2루를 밟고 지나간 뒤 뜬공으로 보고 다시 1루로 귀루하려 했다. 

그러나 타구가 중견수 전준우와 우익수 손아섭 사이에 떨어지자 채태인은 1루로 가던 길을 멈추고 황급히 마운드와 2루 사이 잔디를 가로질러 3루로 뛰었다. 2루 베이스는 보지도 않은 채였다. 

이에 롯데 2루수 조성환이 공을 넘겨받아 공과 어필로 채태인을 태그아웃시켰다. 신명철은 우익수 땅볼로 처리됐다. 이후 채태인은 '채럼버스', '채단경로'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채태인에게 현역 시절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묻자 "2루를 안 밟은 게 가장 후회된다"고 털어놓았다. 

채태인의 또다른 별명은 '맹구'다. 원래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마운드를 바라볼 때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될 때가 있다. 이른바 개그 라이온즈의 핵심 멤버로 불렸다. 

그는 "다들 내게 바보처럼 여겼는데 일종의 컨셉이었다. 야구장에서 즐거운 이미지를 주고 싶어 바보같이 행동했는데 후회될 때도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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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채태인에게 최고의 시즌은 언제일까. 그는 "2013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타율 3할8푼1리(299타수 114안타) 11홈런 53타점 52득점을 기록하며 통합 3연패에 이바지했다. "당시 또다른 야구를 알게 됐다. 통합 우승까지 했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2011년(타율 2할2푼(182타수 40안타) 5홈런 28타점 25득점)과 2012년(타율 2할7리(135타수 28안타) 1홈런 9타점 15득점)은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 "부진할 때 '내가 이거밖에 안 되는 선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태인의 말이다. 

채태인에게 현역 시절 애착이 가는 기록을 묻자 "2013년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 4할7푼2리를 기록하며 '바빕신'으로 불렸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 "동료들에게 '바빕신이 되기 위해 착한 행동을 많이 하고 타격 후 하늘에 기도하라'고 이야기했었다"고 웃어 보였다.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채태인은 이달부터 모교인 개성고에서 타격 인스트럭터로 활동 중이다. 그는 "개성고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타격을 가르치고 있다. 정식 코치는 아니고 재능 기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채태인이 추구하는 지도자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선수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이를테면 7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다가 10타수 3안타를 칠 수 있게끔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롤모델을 꼽는다면 박재상 코치"라고 대답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