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린베이스볼 입니다.

NEWS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3할 유격수, 대표팀 탈락에 허탈함 가득 2021.06.20

본문

[OSEN=수원, 조은정 기자]4회말 1사 2,3루 KT 심우준이 역전 1타점 우중전 적시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1.06.19 /cej@osen.co.kr

[OSEN=수원, 이후광 기자] 오프시즌 꿈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고, 정규시즌서 그 결실을 맺었지만, 결국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KBO리그 유격수 타율 1위에도 2020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승선이 불발된 심우준(26·KT)의 이야기다.

심우준은 지난 시즌 데뷔 첫 전 경기(144경기) 소화와 함께 도루왕(35개)을 차지했지만 미소 지을 수 없었다. 타율이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235에 그쳤기 때문.

어느덧 세월이 흘러 KT 유격수 유망주가 데뷔 7년 차가 됐다. 더 이상 수비, 주루에만 특화된 반쪽짜리 선수로 커리어를 이어갈 순 없었다. 이제는 자신과 팀을 위해 공격, 수비, 주루를 모두 잘하는 선수가 돼야 할 시기가 됐다. 또 그래야만 목표인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승선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에 심우준은 띄운 오프시즌 승부수는 타격폼 수정. 체력 부담이 컸던 작년 폼을 버리고, 스윙 궤적이 부드러우면서 공을 최대한 오래 볼 수 있는 자세로 훈련을 진행했다. 조력자들의 도움도 컸다. 비활동기간 김강 타격코치에게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조언을 구했고, KBO리그 통산 2135경기 타율 .316 2318안타에 빛나는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의 아카데미를 직접 찾아 공을 세게 치는 법을 터득했다.

노력은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타율 3할과는 거리가 멀었던 심우준이 5월 14일 첫 타율 3할 고지 점령을 거쳐 6월 9일 SSG전과 11일 한화전 3안타로 타율을 .317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16일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승선을 앞두고 유격수 선발 출전 기준 타율 1위는 심우준으로, 그렇게 그의 노력이 보상을 받는 듯 했다.

[OSEN=곽영래 기자] KT 심우준 2021.05.27/youngrae@osen.co.kr

그러나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24인 명단에 심우준의 이름은 없었다. LG 오지환과 키움 김혜성에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올해 성적으로만 보면 심우준이 승선하는 게 맞았지만,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수비력, 경력, 멀티 포지션 소화 여부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심우준보다 오지환, 김혜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19일 수원 두산전에서 만난 심우준은 “성적이 좋지 않다가 올해 잘하니까 올림픽 버프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태극마크를 향한) 욕심이 생겨서 비시즌 열심히 했고, 또 성적이 좋게 나왔는데 뽑히지 못해 타격이 컸다. 발표 전날 어쩐지 잠이 안 오는 느낌이었다. 3~4시간 정도는 잠을 설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심우준의 예상치 못한 탈락에 KT 선수단 분위기 역시 급격히 어두워졌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대표가 공개된 16일 창원 NC전 더그아웃은 마치 긴 연패에 빠진 팀처럼 침체됐었다고 한다.

심우준은 “발표가 나고 밥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다들 내 눈치를 보셨다. 사실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표현이) 됐다. 표정도 안 좋고 기운도 없고 몸 상태마저 안 좋아졌다”며 그래도 코칭스태프, 선배님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다음 날 싹 잊어버리고 다시 밝은 모습을 보였더니 다들 좋아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고 전했다.

[OSEN=수원,박준형 기자]4회초 롯데 선두타자 김민수의 내야땅볼 타구를 심우준이 호수비 펼치며 송구하고 있다. 21.06.04 / soul1014@osen.co.kr

비록 올림픽 승선은 좌절됐지만, 심우준은 비시즌 착실한 준비를 통해 공수주가 모두 탄탄한 3할 유격수로 거듭났다. 올림픽이라는 높은 목표를 통해 스스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심우준은 “원래는 못 칠 때 너무 못 치고, 잘 칠 때는 또 너무 잘 쳐서 타율 유지가 안 됐는데 이제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며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알게 됐다. 비시즌 준비를 잘했던 게 내겐 득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그리고 심우준의 올림픽을 향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종 명단이 발표됐지만, 24명이 온전히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 부상,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 심우준이 도쿄행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야하는 이유다.

심우준은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주변에서 올해만 야구를 하고 안할 게 아니지 않냐는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며 “잘 준비하다보면 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심우준은 아울러, “이제는 내가 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올 시즌 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내년에 (황)재균이 형이 FA가 되고, 팀에 선배님들이 많아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숙한 각오를 덧붙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