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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체크] ‘ERA 5.71’ 부진의 켈리, 왜 평균 이하 투수가 됐을까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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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20일 현재 올 시즌 KBO 리그의 전체 평균자책점은 4.82다. 선발투수 전체의 평균자책점은 4.78이다. 그런 측면에서, 평균자책점 5.71의 메릴 켈리(30·SK)는 평균보다 못한 투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어쩌면 당황스러운 일이다. 켈리는 2015년 KBO 리그에 온 뒤 리그 정상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3년간 36승을 따냈다. 세부 지표를 본다면 이보다 더 많은 승수가 가능한 투수였다.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한 지난해에는 헥터 노에시(31·KIA)와 함께 최고 외인 우완을 겨루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켈리는 시즌 8경기에서 41이닝을 소화하며 3승3패 평균자책점 5.71에 머물고 있다. 꾸준함의 상징이었던 켈리의 올 시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일 광주 KIA전에서도 4⅓이닝 11피안타(2피홈런) 6실점 부진으로 패전을 안았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달성에 실패했다.

구속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켈리의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8㎞ 안팎으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다.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등 변형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를 두루 쓰는 패턴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의 전체적인 위력을 지칭하는 구위는 떨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흔들리는 로케이션과 관계가 있다. 로케이션이 경기마다, 이닝마다, 타자마다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켈리는 MLB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KBO 리그의 좌우 스트라이크존을 가장 잘 활용하는 투수였다. 150㎞의 강속구와 커터, 투심이 좌우를 찌르다보니 체인지업과 커브의 위력도 배가됐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예리함이 확실히 무뎌졌다는 분석이다. 공이 몰리다보니 잘 맞은 안타가 더 많이 나온다. 켈리의 피장타율은 지난해 0.395에서 올해 0.465로 크게 높아졌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이러한 분석에 고개를 끄덕인다. 힐만 감독은 “기본적으로 딜리버리의 리듬이 좋지 않은 것이 부진의 이유”라고 종합했다. 힐만 감독은 “릴리스포인트는 발판의 위치, 투구수 몸의 방향, 그리고 공을 때릴 때의 마지막 피니시 등에서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 방향성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최근 켈리는 어깨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린다. 그러다보니 릴리스포인트가 흐트러진다”고 했다.

실제 켈리는 원하는 위치에서 릴리스포인트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구 후 몸이 도는 경향이 있다. 100구를 모두 일관된 위치에서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올해는 그런 장면이 확실히 많아졌다. 힐만 감독은 “투구 밸런스가 좋다고 해도 마무리 동작이 좋지 않으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힘이 덜 실리기 마련이고, 돌아나가면 고개가 옆쪽으로 쏠리면서 릴리스포인트도 바뀌게 된다.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로케이션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힐만 감독은 캔자스시티 감독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던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의 예를 들면서 “방향성과 밸런스가 매우 일정했다. 경기 초반에 이런 밸런스가 잡히면 무조건 7이닝은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반 안 좋다 하더라도 바로 느껴 수정할 수 있었던 선수”라면서 “켈리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 더 강하게 던지려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조금 더 구속을 늦춰가면서 밸런스와 리듬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켈리가 앞으로도 평균 이하의 투수로 남게 될까. 힐만 감독을 비롯한 SK 관계자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힐만 감독은 “양쪽 코너에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로케이션을 회복하면 지금까지의 부진은 단번에 털어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기에 켈리는 전통적으로 슬로스타터 쪽에 가깝다. 올해는 시즌 초반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시간이 있는 만큼, 앞으로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리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다. 일각에서는 3년 연속 180이닝을 소화한 경력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과부하가 결국 신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다. 하지만 켈리는 “몸 상태는 괜찮다”고 자신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평균 이하지만,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은 리그 평균보다 높기도 하다. FIP-ERA 수치만 보면 켈리만큼 불운한 선수가 거의 없다. 몸만 괜찮다면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는 투수다. 다만 그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