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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민 품은 한용덕, "자식 같은 선수, 죽일 수 없어"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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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자식 같은 선수를 죽일 수 없다". 

한화 한용덕(53) 감독이 송광민(35)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고심 끝에 포스트시즌 합류를 결정했다. 지난 3일 기약없는 2군행을 통보했지만 16일 1군 합류를 지시했다. 서산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던 송광민도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 15일 한화는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해서 처음으로 팀 훈련을 가졌다. 이 자리에 송광민은 없었지만, 한 감독의 마음에는 있었다. 직접 전화를 걸어 송광민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에 앞서 송광민도 용기를 내 한 감독을 찾아가 진심 어린 반성을 했다. 한 감독도 장고 끝에 끌어안았다. 

한 감독은 "한 팀을 이끌어가는 감독이지만, 감독이기 전에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다. 자식 같은 선수를 그렇게 놔두기가 쉽지 않다. 한 선수를 죽일 수 없었다.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광민이가 지금 100%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스스로 돌아봤으면 한다"고 포용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6년 송광민이 한화에 입단할 때부터 코치로 오랜 기간 그를 지켜봐온 한 감독이다. 하루 이틀 본 선수가 아닌데 하루아침에 매몰차게 내칠 마음은 없었다. 팀 전력으로 볼 때도 송광민은 없어선 안 될, 꼭 필요한 선수였다. 올해 한화가 깜짝 3위로 반등한 데에는 송광민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시즌 초반 팀이 흔들릴 때 제라드 호잉과 함께 타선을 이끌며 돌풍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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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한 감독이 송광민에게 엄벌 조치를 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랜 기간 팀에 스며든 나태함을 없애야 했고, 송광민이 고참으로서 조금 더 진중한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바랐다. 지난 6월 송광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지만, 한 감독의 기대에 어긋났다. 지난 3일 경기를 앞두고 그동안 참아온 게 터졌다. 

팀 전체를 보고 내린 결단이었지만 4위 넥센이 턱밑까지 추격해온 상황에서 쉽지 않았다. 한 감독은 "팀이 정말 어려울 때였다. 매 경기 순위 싸움이 걸린 상황이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했다"며 "다행히 팀 결과가 좋게 나왔고, 광민이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고 돌아봤다.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고뇌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 감독은 "그동안 우리팀은 정체된 모습이 많았다. '여기는 내 자리야'라며 안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광민이에게 그 부분이 조금 아쉬었던 것이다. 팀을 위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광민이가 올 시즌 끝나면 FA인데 조금만 더 잘하면 자기 것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은 송광민과 전화 통화 중 "내가 왜 이렇게 했는지 알고 있냐?"고 물었다. 이에 송광민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송광민도 100% 몸을 만들어 백의종군 의사를 비쳤다. 한 감독은 "성숙된 모습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면 난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용서를 하고, 포용을 한 만큼 더 이상 지난 일을 문제 삼지 않는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송광민이 11년만의 포스트시즌에서 시원하게 속죄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