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은 100승 투수들 부활의 땅이 될 것인가 20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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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잠실은 100승 투수들에게 부활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던 에이스 투수들이 잠실에 모였다. 현역 최다 137승에 빛나는 배영수(37)와 121승을 거둔 장원삼(35)이 나란히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에 새둥지를 텄다. 한화를 떠난 배영수는 두산, 삼성에서 나온 장원삼은 LG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두산과 LG가 각각 배영수와 장원삼에게 손길을 내민 건 그들의 경험과 관록이 아직 경쟁력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무엇보다 "잠실에선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은 리그 최고의 투수 친화적 구장이다.
베테랑 투수가 잠실 팀으로 이적한 뒤 반등한 사례도 있다. 조계현 KIA 단장은 만 36세였던 지난 2000년 두산으로 이적했다. 1999년 삼성에서 12경기에 나왔으나 3패 평균자책점 11.51로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이며 시즌 뒤 방출됐다. 김인식 당시 감독의 부름을 받아 두산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두산으로 이적할 때 조계현은 이미 통산 116승을 거둔 대투수였다. 그리고 잠실에서 보란듯 부활했다. 2000년 16경기 모두 선발등판, 89이닝을 던지며 7승3패 평균자책점 3.74로 살아났다. 전성기에 비하면 화려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팔색조' 변화구로 건재를 알렸다. 그해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을 맡을 만큼 신뢰를 받았다. 시즌 후 후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1년 2억800만원에 두산과 FA 계약도 체결했다.
2009년 시즌 후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좌완 투수 이상열도 이듬해 LG로 팀을 옮겨 5년을 더 뛰었다. 히어로즈에서 마지막 3년간 평균자책점이 모두 7점대 이상으로 고전하며 만 33세에 LG 유니폼을 입은 이상열은 LG에서 5년간 302경기 5승14패3세이브63홀드 평균자책점 3.73으로 쏠쏠했다. 이 기간 잠실구장 평균자책점은 2.79로 더 좋았다.
과거 조계현과 이상열의 사례처럼 배영수와 장원삼도 충분히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 공격적인 승부를 즐기는 배영수는 잠실의 드넓은 외야와 수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9년간 땅볼/뜬공 비율이 0.73으로 전형적인 뜬공 투수인 장원삼도 잠실에선 피장타율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 이상 전성기는 아니지만 아직 요긴 하게 쓰일 힘은 남아있다. 배영수와 장원삼이 잠실구장에서 야구인생의 마지막을 성공적으로 장식할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배영수-장원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