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회장 공석' 선수협, 권리만 누리고 책임의식은?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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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한용섭 기자] 과연 끝장 토론을 해서 새로운 회장을 뽑을 수 있을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어느새 20개월째 회장이 공석인 상태다. 3일 열린 선수협 총회에서도 후보를 추대하는 데 실패했다.
2017년 4월 3일, 이호준 회장이 팬 서비스 메리트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2017년 12월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선수협은 후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2017년 말 선수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회장을 하겠다는 인물이 없었다. 결국 회장직은 공석으로 두고 김선웅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선수협 업무가 돌아갔다. 그렇게 또 한 시즌이 지나갔다.
3일 열린 선수 총회에서 후보 논의가 있었지만, 회장 후보로 추대되지는 못했다. 일부 구단이 내세운 후보에 다른 구단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이견이 나와 뜻을 모으지 못했다고 한다.
선수협은 내년 1월 2일 대전에서 열리는 워크숍에서 구단별로 5명씩 모여 결론을 내기로 했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워크숍에서 끝장 토론을 펼쳐서 후보자를 정하고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2000년 1월 창립 총회를 통해 발족했다. 송진우, 이호성, 강시훈, 이종범, 손민한, 박재홍, 서재응, 이호준이 차례로 회장을 역임했다. 이호준 회장 이전까지는 회장이 공석인 시기는 없었다.
선수협이 2년 가까이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이름값 있는 선수가 회장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자나 베테랑 중에서 선수협의 권리, 혜택은 누리지만 대내외적으로 선수협을 대표하는 것은 꺼린다. 구단과 괜히 껄끄러운 관계가 될까 걱정하고, 부담을 지기 싫어하는 분위기다.
꼭 이름값 있는 선수가 회장을 해야 하느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선수협 내부적으로도 무게감을 거론하고 있다. 팀의 주장을 1군 주전급, 어느 정도 연차 이상 선수를 뽑듯이 선수협 회장도 각종 현안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름값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선수협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야구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 속에 출범했지만 현재 선수협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갑지 않다. KBO리그 규모와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폭등한 FA 거품, 고액 연봉자 중심의 운영 등으로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부터 솔선수범해서 작은 팬 서비스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