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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SK랩북] ‘다함께 더높이’ SK, 2018년 가장 따뜻했던 야구단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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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지난 5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축하연을 열었다. 물론 우승 직후 축하연을 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선수단 가족 및 프런트까지 초청해 다 같이 얼굴을 보는 게 좋겠다”는 최창원 구단주의 의지가 반영됐다. 소식을 들은 그룹 총수 최태원 회장까지 흔쾌히 발걸음을 옮기며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이만수 김용희 전임 감독, 민경삼 단장, 장순일 그룹장 등 그간 팀을 위해 애를 쓴 인사들까지 모두 참석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약 150여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평소와 뭔가 조금 달랐다. 대개 이런 행사는 철저히 ‘문이 닫힌 무대’다. 초청받은 핵심 인원만 그 무대에 들어서고 입장이 마무리되면 문은 굳게 닫힌다. 하지만 이날은 특별한 테이블이 있었다. 바로 ‘언성 히어로’로 불리는, 구단 운영에 도움을 준 이들까지 초청했기 때문이다. 구단 축승회 역사상 전례를 찾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함께 더높이’ SK의 철학이 실현된 2018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보조한 요원 3명, 한 시즌 동안 선수들의 응원을 리딩한 응원단 8명, 밤낮으로 선수들의 이동을 책임진 버스기사 3명,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그라운드를 책임진 키퍼 6명, 경기장 환경 정비에 힘을 쓴 미화원 3명, 어딘가에서 항상 분주하게 움직였던 안전요원 3명까지 총 26명의 ‘언성 히어로’가 행사장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SK의 성공적인 2018년은, 이들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최창원 구단주의 의지였다.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관계없이 미리 예정되어 있던 계획이었다. SK 구단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전 구단주께서 한 시즌 동안 고생한 분들도 자리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장소 제약상 모든 이들을 부르지는 못했지만, 26명 정도를 선별해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잠시 어색함과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으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들은 어느새 하나가 됐다. 행사를 마친 선수들과 코치들 또한 “이런 행사가 훨씬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게 훨씬 더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 초청된 김병호 씨(구장보안요원)는 “경호팀으로서 이런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서 뜻 깊다고 생각했다. 한 시즌 동안 노력하고 쌓아왔던 것을 회장님과 구단에서 인정해주시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면서 “불러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고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고마워했다.

행사의 도우미가 아닌, 이날은 행사의 주역으로 참가한 오지연 치어리더 또한 “솔직히 처음에는 숨은 공로자 분들을 초청하는지 모르고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현장에서 야구장에서 많이 뵈었던 분들을 만나서 깜짝 놀랐다”면서 “나중에 경기장에서 수고한 분들을 초청했다는 걸 알고 굉장히 고맙게 생각했다. 또 경품 추첨행사 같은 것도 모두 다 똑같이 참여해서 좋았다”고 웃었다.

앞선 1일에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팬페스트’를 열며 팬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수단 대부분이 이날 행사에 참가해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팬들이 찾아가는 것이 아닌,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카이박스를 선수들이 직접 방문해 즉석 사인회와 간담회를 여는 모습은 분명 색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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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밖의 천사들, 성적 이상의 온기를 남기다

SK는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내년 개막 전까지 누구도 손을 델 수 없는 ‘디펜딩챔피언’ 타이틀에 팬들은 벌써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다. 그러나 성적만으로 이런 온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시즌 때부터 여러 선행과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며 경기장 밖에서도 훈훈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팬들에게는 자부심이자, 구단에는 특별한 이미지로 쌓였다.

실제 시즌 초 SK를 뜨겁게 달군 화제는 승률이나 성적이 아닌, 에이스 김광현의 머리카락이었다. 팔꿈치 수술 재활 과정에서 머리를 기른 김광현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소아암 환자를 위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장발을 감수했다. 머리카락이 눈을 찌르는 등 불편한 사항도 있었지만, 선행을 향한 김광현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김광현은 첫 경기 등판 후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며 뜻을 이뤘다.

김광현과 함께 머리카락을 길렀던 트레이 힐만 감독 또한 시즌 중반 기준치에 이르자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KBO 리그 역사상 가장 특별한 사연을 지닌 ‘장발 듀오’였다. SK는 김광현과 힐만 감독 외에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팬·선수·프런트가 함께하는 헌혈 행사를 열기도 했고, 펀딩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이상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프로젝트였다.

그 외에 SK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실종아동찾기 희망더하기 행사는 확대 발전해 계속됐고, 지역 상권과의 연계를 더 강화했다. 재능기부 프로그램, 지역 내 학교와의 연계, 다문화 야구단, 저소득층 지원 등 행사들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몇 년째 계속되는 행사에 선수들의 이해도와 참여도 또한 높아졌다. 이제 선수들은 자신들이 야구 외에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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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도 남모르게 선행에 앞장섰다. 박종훈은 인하대병원과 소아암 환우 돕기 캠페인을 펼쳤다. 1승당 100만 원을 기부했다. 14승을 거둬 14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 쌓였다. 한길안과병원과 협력, 안타 1개당 10만 원의 기금을 적립해 지역소외계층의 안과 수술을 지원하기로 한 이재원은 1340만 원을 모았다.

바로병원 ‘사랑의 홈런’ 캠페인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는 최정은 올해 35개의 홈런을 쳤다. 35명의 저소득층 환자에게 인공관절 수술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부평우리치과 ‘희망 홈런’ 캠페인에 참가한 한동민은 41개의 홈런으로 2050만 원을 적립, 저소득층 임플란트 수술비용을 지원한다. 자신의 성적에 따라 후원금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수들은 시즌 중에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분명 큰 대업이다. 돌려 말하면, 항상 최고의 야구단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력에 따라 따뜻한 가슴은 이어갈 수 있다. 경쟁보다는 배려에 눈을 돌리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성적 이외에도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던 2018년이었다. 그들이 2018년 야구를 가장 잘한 구단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가슴이 따뜻했던 구단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